엑슨모빌의 '신재생 목표' 불똥이 크리스피크림 도넛으로?

입력 2021-09-09 15:39   수정 2021-09-09 15:58


전 세계 식품기업들이 대형 정유사들과 원료 확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정유사들이 저탄소 엔진연료 연구개발에 나서면서 식용유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마라톤페트롤리엄 엑슨모빌 등 글로벌 정유사들이 신재생에너지인 바이오디젤 생산을 늘리면서 식용유 공급 부족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다. 바이오연료의 주원료가 식물성·동물성 지방에서 추출한 식용유이기 때문이다. 정유사들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전 세계 정부의 인센티브 정책에 따라 친환경, 신재생 연료 생산 비중을 늘리고 있다.

크리스피크림도넛 페퍼리지팜 등 식품기업들이 올해 공급망 붕괴 등에 의한 식용유 가격 상승에 대처하고 있는데, 경쟁자가 더 늘어난 것이다. 미국 제빵협회 회장 롭 맥키는 “우리는 재생가능 연료와 녹색 어젠다를 지지하지만 대두유 가격이 3배나 오르는 등 식료품 물가 상승률이 심각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이 협회는 최근 미국 환경보호청(EPA)을 찾아가 바이오연료 전환에 대한 연방정부의 명령을 낮춰줄 것을 요청했다.

미 농무부에 따르면 올해 대두유 가격은 1파운드 당 65센트(약 780원)를 기록해 2년전에 비해 2배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올해 미국에서 바이오연료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대두유 양은 총 115억파운드로, 2019년에 비해 33% 급증한 것으로 추산됐다. 미국 내 전체 대두유 소비량의 45% 이상이 바이오연료 생산용으로 소비되고 있는 것이다. FT는 “이는 글로벌 정유사들이 바이오디젤 시장에 몰려들기 시작한지 불과 2년여만의 일”이라고 설명했다.

엑슨모빌은 지난달 캐나다에 바이오디젤 투자를 제안했다. 마라톤페트롤리엄은 대두유 원료인 콩을 원활히 공급받기 위해 미 노스다코타 주의 농경지 소유주와 합작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쉐브론도 지난주 미 최대 곡물기업 번기와 대두유 합작법인을 세워 6억달러를 투자해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추세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미 에너지정보국은 바이오디젤 생산능력이 지난해 말 기준 연간 6억갤런에서 오는 2024년까지 51억갤런으로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회사 스톤엑스는 “2028년까지 미국의 바이오디젤 등 신재생 디젤 산업은 콩기름, 카놀라유 등 식용유 약 300억파운드의 공급원료를 필요로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로 인해 바이오디젤 추진에 대해 숨고르기에 나선 국가도 나오고 있다. 라보방크의 마이클 마그도비츠 애널리스트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식용유 가격 때문에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에서는 바이오디젤 의무화를 늦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2007년 옥수수 에탄올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미 의회가 가솔린에 바이오에탄올 혼합사용 명령을 통과시키면서 바이오에탄올의 주원료인 옥수수 가격이 폭등했었다. 농업 경제학자이자 컨설턴트인 데이비드 위드마르는 “식용유에 대한 수급 경쟁이 폭발하면서 ‘디젤 대 도넛’ 논쟁이 되어가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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